망상극장/ 팬픽

2015/10/18 마비노기

꽃양배추 2018. 4. 23. 07:31

알터는 톨비쉬의 입술을 거의 물어뜯을듯이 덤벼들었다. 짓씹고 깨물어 마치 씹어삼킬듯이 그를 탐하던 알터는 톨비쉬의 입술이 찢어져 피를 뚝뚝 흘리게 된뒤에야 겨우 입술을 떼었다. 밤이 무너져내린 어두운 지하실이었다. 알터는 제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았다. 제 앞에 늘어진 금발의 이가 이렇게 무력하게 쓰러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론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밭은 숨을 뱉으며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톨비쉬는 속옷 하나만 겨우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단단한 갑옷을 벗겨낸 그 아래는 역시나일까, 수많은 전장에서 얼룩져온 상처들이 가득했다. 발목 한쪽에는 튼튼한 쇠고랑이 매여있다. 그리고 하루 낮을 꼬박 부어서 알터는 그 몸에 빼곡하게 상흔을 다시 새겼다. 팔, 등, 다리, 가슴, 모든 곳에. 

어째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는다면 네가 내 조장을 탐을 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요량이었다. 그래, 조장. 언제나 눈부시게 빛나던 밀레시안. 그를 내것으로 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무도 모를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준비했다면 밀레시안은 알터의 도움 없이는 제 팔다리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해 그에게 매달릴 밖에 없게 될 수 있을 터였다.


그것을 막은 것이 톨비쉬였다. 늘 성가신 이였다. 조장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던 딱 하루 전날 톨비쉬는 그를 가이레흐 언덕으로 불러냈다. 늘 야음을 틈타 돌아다니는 기사단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톨비쉬는 눈에 띄고는 했다. 아주 약한 조명 아래서도 그의 금발은 빛을 흠뻑 머금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날도 그는 온몸에 검은 로브를 두르고 조용히 서있었다.


"네가 밀레시안을 동경하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지만, 요즘 행보가 심상치않던데."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저 여기서 멈추라고 했다. 네가 지금 하려는 그 일들이 도의적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아느냐고 조곤조곤 말하는 톨비쉬의 말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초조해 입술을 깨물었던 것도 같다. 어떻게 안걸까. 외부에 티를 낸 적은 없었을 텐데. 알터는 몹시도 초조했다. 톨비쉬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라는 것은 믿을 수 있었다. 타인의 신성력을 감지하는 아벨린보다 더욱 날카로운 톨비쉬는 늘 몇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 정말로 아무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하고 자신의 앞을 막아섰는지는 알터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계획을 아는 단 하나의 이가 제 발로 그 손에 들어온 이상, 제 편으로 만들던가 죽이던가 둘중 하나였다. 그리고 알터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이것. 밀레시안 조장에게 사용하려 했던 덫은 톨비쉬에게도 잘 먹혀들었다. 그리고 밀레시안을 묶어두려던 모든 것들은 톨비쉬에게 먼저 내주게 되었다. 제일 먼저 사용하게 된 것이 밀레시안이 아니라는 것은 아쉬웠지만 차라리 잘되었다. 연습 한번 못해보고 소중한 이를 데려오기엔 불안했다고 알터는 스스로 자위했다. 톨비쉬와 자신이 같이 사라졌으니 설마하니 밀월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알터는 자신이 사모하는 이가 그런 말을 입에 답는다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 이건 그저 연습일 뿐이다.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알터의, 밀레시안을 곁에 붙잡아 두기 위한 예행 연습에 불과했다. 그것을 톨비쉬가 알 도리가 없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