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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일상극장/일기 2020. 3. 23. 21:34

병원에 이야기할게 생겼다.

 

섭식장애라고 부를것까진 아닐지도 모르지만(그리고 사실은 그러기를 바라지만)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과식(혹은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 옛날부터 그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면서도 내가 먹지도 못하는 지독하게 매운 것을 울면서 꾸역꾸역 먹었다.

 

오늘도 그랬다. 회사에서 퇴사 이야기로 1시간을 태웠다.

집에 들어와 밥을 먹었다.

짜장라면 하나 참치마요밥한그릇 핫도그 하나 탄산음료 하나 빵 하나

 

탄산음료 하나까지가 마무리하는 딱이라는걸 머리로는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역꾸역 빵을 다 뜯어먹었고 불쾌한 배부름이 느껴져서 아 토하고싶다고 생각한 그 순간 구역질이 올라와 화장실로 뛰쳐가 토했다. 많이 토하지는 않았고 그냥 조금만..그냥..진짜 쪼금. 위액 정도? 

 

정말로 토해볼까해서 목구멍이라도 찔러볼까 고민했지만 그러진 않고 양치를 했다. 이걸 못버티고 토하고싶으면 토하자싶었고 양치를 가볍게 한 결과 구역질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래서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아무리 살짝 토했어도 나는 어지럽고..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당기고 그렇다. 불을 켜지 않은 욕실 거울 안의 어두운 그림자 진 인상쓰고 울적해보이는 내 얼굴이 불쾌하고 못생겼더랬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는 내가 섭식장애가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구 먹고싶고 마구 토하고싶다 (토하진 않는다). 내 위장 안에 들어찬 음식의 무게가 불쾌하다/ 먹을 땐 즐거웠는데 나름 행복했는데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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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6.

일상극장/일기 2020. 3. 6. 22:15

내가 죽었을 때 그냥 그러려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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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이었다. 내일 학교 갈 생각을 하느라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아있을 때였다. 심심해서 누나 방문을 열었더니, 온 바닥에 건프라 토막을 흐트러놓고 건프라를 조립하고 있는 누나가 있었다. 비로소 작은 누나가 생일 선물로 건프라를 땡겨받았다는 것을 기억한 나는, 심심한 김에 나도 손 한번 대보잡시고 그 앞에 마주 주저앉았다. 누나는 니퍼를 대고 아트나이프로 잘라내는 그 과정에 온 정신을 다 쏟고 있었다.


"좀 빨리 자를 순 없어?"


했더니,


"닥쳐."


대단히 무뚝뚝한 누나였다. 누나가 조립하던 것을 제가 조립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니 더이상 말도 못붙이고 순서대로 잘 잘라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녀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니퍼로 끊어낼 때는 뚜걱뚜걱 잘도 빨리 끊어내더니, 나중에 가서는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깔끔한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되었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척 대꾸가 없다. 자야 할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조립부터 하자."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첨 만드는건데 막만들기 싫다. 있어봐라."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아니 뭐 사포로 그만치 문댔으면 빤질빤질 됐지, 뭘 더 깎는다고 그러고 있냐? 누나, 나 내일 학교가야되니까 쪼끔만 더 하자."


누나는 눈을 부라리며,


"닥치라 고3. 내쫓는 수가 있다."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자니 팔 한쪽만 덜렁 달아놓은 꼴이 보기가 싫고, 잠은 쉬는 시간에 자버리자 싶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알따. 카면 딴거 도면좀 보고있을게."

"그래. 내 이거 첨만드는데 말하면서 짜르다가 이상한데 썰까봐 그런다. 깎다가 칼 떨구면 허벅지에 박힌다잖아."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건프라 토막을 우르륵 내게 밀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있던 조각들이다.


"누나 나 없으면 이거 만드는데 며칠이나 걸렸겠노?"

"뭐 얼마나 걸리든 니가 뭔 상관이고. 뒤질래?"


라던가,


"누나, 이거 먹선 먹이는 펜 내가 갖고있는 네임펜이랑 닮은 것 같다."

"몰라 새끼야 삐뚤어지니까 좀 닥쳐봐..."


그렇게 투닥대며 두시까지 건프라를 조립했다. 그것도 다 완성하질 못해 간신히 다리 한쪽만 달았을 뿐이다. 기왕이면 날개도 온존히 달고 싶었던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말이야 같이 만들지 나 없으면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으려고. 내가 하자 카긴 했지만 진짜 넘하네. 그래놓고 씅질이나 부리고 X나 치사하네 진짜.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자야될 것 같아 방을 나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누나는 이불을 슥슥 펴 다리에 덮고는 눈이 아프다며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피곤해 보였다. 하긴 자기 생일선물 받은걸로 놀고 있는데 내가 뭔 태클질이람.

집에 와서 작은 누나 방문을 열자 건프라가 날개를 달지 않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미처 달지 못했던 다리는 양쪽이 다 온전히 붙어있어 보기 나쁘지 않았다. 자세는 좀 이상했지만 먹선도 다 먹인 성 싶었다. 사실 건프라를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나로서는 무어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마찬가지일 누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배죽배죽 웃음을 짓고 난리이다. 먹선을 먹이니 훨씬 물건이 살아보이지 않냐며 이리저리 비교한 것을 대어 보여주며 마구 자랑을 한다. 니퍼를 너무 바짝 대 자르면 플라스틱이 하얗게 돋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자르면 나이프를 대다가 손을 벨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어제 그 고생한 보람이 있는지 자기 눈에는 그저 좋아보인다고만 했다. 아직 날개를 조립하지 않은 것은 왜 그러냐 물으니 기회가 될 때 날개에 펄 스프레이를 뿌릴 요량이라 그렇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렸다. 어젯 밤에 심통을 부린 것이 미안했다.

옛날부터 작은 누나는 손재주가 재앙 수준이었다. 내가 슥슥 접어내는 종이접기도 한참을 고심하며 조심조심 접기가 일쑤였다. 큰누나는 그림이며 만들기며 쉽게 하기 십상이라 척척 만들어내지만 스스로의 솜씨가 어설픈 것을 알아 작은누나는 예전부터 뭘 만들 때는 무척이나 공을 들였었다. 작은 것 하나를 할 때도 책을 꼼꼼히 읽고, 레시피를 뒤지고 연습해보고는 하는 것이다.

이 프라모델만 해도 그렇다. 누나는 기억못한다고 했지만 우리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작은 장난감들은 곧잘 조립을 해야하곤 했다. 나는 도면을 보고 물건을 만들고 나면 쉽게 떨어지고 부수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작은 누나는 속도가 느린 대신 온 손아귀에 힘을 그러모아 꽉 아물려놓고는 했다. 그럼 좀체 부서지지 않고 다시 풀리는 경우도 없다. 눈으로 얼른 보아서는 무엇이 힘주어 맞춘 것인지, 대충 모양만 얼기설기 얽어놓은 것인지 쉬이 모른다. 써 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누나는 깜빡 잊어버리면 기억도 나지 않을 그런 물건에도 몹시도 공을 들였다. 그리고 완성하고 나면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어설퍼서 남 앞에선 만들기 싫다고 해도 작은 누나는 내게 무엇을 만들어 줄때는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주고는 했다.

이 건프라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예전부터 갖고싶다고 타령하던 것이니 그럴 수 밖에. '그 속도로는 한달도 더 걸리겠다.'하던 말은 '하긴 완성만 하고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지.'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누나에게 찾아가서 도색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나 해볼 생각으로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누나는 아직은 색을 도포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무섭고 또 어설프게 칠했다가 망할까봐 겁이 난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에라도 날개 조립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허전하고 서운했다.


"이쁘네."

"그치?"


나는 배죽이 웃는 작은 누나를 바라보았다. 행여나 칼날이 튈까 온 얼굴을 작은 건프라 조각에 마주대고 깎던 어젯밤의 누나를 떠올렸다. 이제는 인생에 한번쯤 PG도 도전해봐야하지 않겠냐며 유니콘 건담과 사자비라는 것을 드륵드륵 리뷰를 찾아 자랑하는 누나에게,


"거기에 돈 쓸바엔 엑박을 산다."


고 말했다가 발로 걷어차여 방에서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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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극장/일기 2018. 7. 11. 18:06

내 오랜 친구인 무력감과 허무함은 내 옆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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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일상극장/일기 2018. 6. 16. 18:08

여름의 시작이었다. 나는 대개 집의 불을 켜두지 않는다. 형광등 불빛도 더운 것에 한몫한다는 어머니 말씀도 있지만 기실 내가 빛을 싫어하는 탓이다. 훌륭한 개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집 안의 불을 완전히 다 꺼두고, 창문만은 활짝활짝 열어젖혀두는 것이다.


커튼 없는 방에는 그 날의 환한 빛이 비추는 것이고, 광원이라고는 내가 쥐고 있는 핸드폰 혹은 그나마도 없다. 바람이 불고 시간이 흐를 때마다 물처럼 출렁이는 빛과 고요에 휩싸여 공기를 켜는 것이다. 때로는 습하고 때로는 건조하고, 때로는 흙냄새, 나무냄새를 머금은 것을.


적막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많이 보았으나 나는 종종, 부러 잠겨있는 때가 있다. 팔다리를 줄 끊긴 인형처럼 흩어놓고 힘을 뺀채로 눈을 감고, 바깥에 귀를 기울이면, 들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울려오는 소리들.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게 스며오는 타인의 행위와 그 소음들.


나직하게 천장에서 울려오는 타인의 발걸음 소리와, 옆집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와, 밑에서 울려오는 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와..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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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극장/일기 2018. 5. 29. 14:26

내 어린 날에 나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 머리가 굵어졌을 때 내 몸 하나만 가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저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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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일상극장/일기 2018. 4. 24. 11:55

뭐라도 쓰기로 했다. 


그럼 쌓이겠지.


뭐라도 그리기로 했다.


그럼 모이겠지. 


살고싶은 기분은 아니지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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